[현성] 가수와 스폰서의 상관관계

‌w. 김 여름



" 안녕하세요, 남우현 입니다. "

대기실에 받는사람이 없는 인사소리가 무의미하게 울러 펴졌다. 그래도 쳐다라도 봐주지. 안그래도 지금까지 수십개의 대기실을 다녔는데도 불구하고 단 한명의 가수도 자신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아
조금은 섭섭해 지려는 참이었다. 신인은 아니었다. 신인 치고는 연차가 꽤 있었다. 데뷔 2년차인데, 현재 수두룩한 아이돌 신인보다 더 바쁘게, 또는 더 참혹하게 뛰어야 하는 것이 우현의 현실이었다.
그들은 우현이 인사를 하고 갔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점점 축 처지는 어깨에 힘을 실어주는 건 역시나 착해 빠진 메니저 동우. 중소기업도 아니고 완전 소규모 회사에서 아이돌그룹도 아닌
솔로로 나와 이렇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큰 복이라고 늘 동우는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그에 우현은 맞장구치며

" 맞아! 나는 오프닝 무대라도 설 수 있어서 좋아.. "

라고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동우는 그런 우현을 볼 때 마다 안쓰러워 죽겠다는 듯이 다독이지만 역시. 이바닥에서 빽과 소속사빨이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다는건 그 누구도 잘 알고있는 공연한
사실이었다.

우현은 짜잘한 지방 행사까지 모두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거절할 필요가 없었다. 어짜피 해야하는 것이었고 그것이 무명가수 남우현의 할 일이었다. 초대 비용이 비싼 유명 가수들, 아이돌 그룹을
대신해서 소규모 동네 행사일지라도 모두. 그것이 돈이 되던 안되던 자선행사이건 간에 전부다. 어쩌면 탑 가수보다 바쁜 일정일지도 모른다.

" 오늘은 어디야? "

" 어, 음.. 용인 시장 행사. "

" 하아, 가자 얼른. "

오늘도 또 동네 아주머니들과 비유를 맞춰가며 열심히 웃음을 팔아야 했다. 뮤직뱅크 스케줄이 끝나고 전부 휴식처로 이동하는 저기 아이돌 그룹이 마냥 부럽기도 했다. 나도 저렇게 쉴 수 있었으면..
사실 데뷔라는 이름은 그 누구보다 자신을 설레게 했었다. 티비에 출연하고 티비에 나와 노래를하고 온 나라에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그게 다 인줄 알았던 자신도 모두 과거의 일이었다.

" 우현아 "

" 안해.. "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마치 어떤 이야기인지 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거절하는 폼은 여전했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 굳은 다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처참하게 거절당했다. 동우는 동우 나름대로 곤란한
입장인데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입막음을 당한 것 같아 약간 섭섭해질려는 찰나였다.

" 너 입장 다 이해해, 다 이해하는데.. 너가 나랑 사장님 사이에서 얼마나 골머리 썩는지 나도 아는데, 뭘 어쩌겠냐. 동우야, 나는 이런 일을 해도 좋아. 너가 매일 말하잖아 오프닝 무대가 어디냐고... "

" 남군 말이 맞아. 그치만 우현아, 이제 너도 곧 3년차인데 현실을 생각해봐. "

" 현실.. "

이 괴롭고 더러운 현실은 우현을 자꾸만 시험에 들게 하였다. 얼마나 고뇌였던가 싶다.

" 야, 돈많은 사모님도 아니고.. 그냥 사장이잖아 남자 사장. "

" 게이 아냐? "

" 에이, 남군 설마. "

딱히 설마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었다. 저의 연습생 친구에게도 남자 스폰서가 들어왔는데 게이였다고. 그 바닥 사람들은 게이가 많다고, 그 친구는 설명했다. 우현은 사실 게이일 것 이라는 추측 떄문은
아니었지만 자수성가라고. 그것은 우현의 좌우명이기도 했다.

얼굴 반반하지, 몸 좋지, 노래 잘부르지. 이렇게 완벽한 그는 연예계 생활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밀려 들어오는 신인 아이돌들도 그를 알지 못하는 지경이었고 그는 어디까지나 무명가수였다.
그게 우현의 이름이었다. '무명가수'.


**


시장에 도착하니 꼴애 가수라고 대기실처럼 만들어 놓은 곳은 그저 천막 하나였다. 겨울인데도 난방 시설 하나 없고 조촐한 테이블과 의자 두어개가 끝이었다. 우현은 한숨을 쉬며 의자에 앉아
가지고 온 배낭에서 메이크업 도구들을 몇개 세팅했다. 회사에서 있는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까지 잘라버렸다. 워낙 수입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데뷔 초, 우현 담당이었던 스텝들은
사장님과 우현에게 일방적인 사직 통보를 했다. 1년동안 열심히 일한 댓가가 무명가수라니 허탈하기도 하겠지. 우현은 그 이후로 셀프 메이크업을 했다. 그러다 보니 거의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평소에 화장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메이크업은 언제나 우현에게 거추장스러운 가면에 불과했다.

그 가면을 쓰고나면, 나는 가수 남우현이 된다. 나는 가수다.

이렇게 혼자 마인드 컨트롤까지. 자기 스스로 지치지 않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1년까지는 정말 신인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진가를 몰라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곧 3년차 가수 남우현은 오늘도 마이크를 잡는다.


" 가수 남우현씨 모셨습니다! "

동네 통장님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우현은 무대위로 한 걸음씩 발걸음 했다. 그나마 꽉 찬 좌석이 마음에 놓였다. 수많은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를 상대로 우현은 트로트를 불러야 할지 사실 고민했다.
그래도 내 노래니까, 내 노래는 내가 불러야지.

이어지는 반주와 멜로디는 한껏 들뜬 아주머니들을 차게 식게 만들었다. 그런데 뭐 어쩌겠어, 남우현은 발라드 가수인걸!


" 총각이 참, 잘생겼네. 그렇지 않슈? "


적어도 80세가 넘어보이는 할머니가 옆자리 사람에게 말을 건넸다. 우현의 노래는 한창 극에 다다르고 있었고, 옆자리 사람은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팔짱을 꼈다.


" 맞아요. 정말 잘생겼죠, 자꾸만 탐이 나네요. "

우현은 한곡을 끝으로 무대를 내려오지 않았다. 아주머니들은 영혼 없는 박수를 쳤고 우현은 머쓱한지 뒷머리를 긁적이다, 데뷔 초에 준비했었던 개인기를 마구 발산하기 시작했다.
토끼애교부터 아양까지 안나오는게 없었다. 호응이 주어진다면 우현은 뭐든 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맨 앞줄 아주머니와 손을 잡고 흔들기도 하고 같이 춤도 추며 분위기를 띄웠다. 통장님은 역시 이런 즐거운 축제에는 가수가 와야한다며 우현을 칭찬했다. 우현은 한번도 기분이 나쁘거나 우울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정말 즐겁다는 듯이, 행복하다는 듯이. 무대에게 노래를 바치고 웃음을 팔았다.


행사를 마치고 차에 올라탄 우현이 클렌징 티슈로 얼굴을 벅벅 문지르던 참이었다. 그 때, 차 문이 벌컥 열리며 낯선 남자가 우현과 함께 뒷자석에 착석했다. 동우는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라
급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고 우현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눈만 끔뻑끔뻑 거릴 뿐이었다.

" 사, 사장님! "

" 응, 잘 지냈어 동우? 근데, 내가 뭐라고 했더라.. "

" 죄..송해요. 우현이 이 녀석이 워낙 고집이 강해서.. "


아, 입 밖으로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잘 펴진 정장을 입고 빛나는 멋진 구두를 신은 남자는 우현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을 이어갔다.

" 나에요. 김성규. 오늘도 우현씨는 참 잘생겼네-. "

하며 우현의 얼굴로 올라가는 성규의 손을 우현은 새게 내쳤다. 짝- 소리가 나게끔 밀쳐진 손은 헛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이 강아지새끼가 어딜 기어오르지? 잠시 이를 악문 성규는 동우에게 명령했다.

" 우리 회사로 출발해. "

" 허, 저 집에 갈거에요. "

" 잠깐 이야기좀 하자는데 뭘. "

우현은 당황해 하는 동우와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 짓는 성규를 번갈아 쳐다보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동우 때문에 참는거야.. 동우 때문에. 클렌징 티슈를 쥔 손에 힘이 가해졌다.
얼굴을 더 새게 벅벅 지워내는 우현을 보며 성규는 생각했다.

참 귀여운 강아지야.


서울로 향하는 차에는 정적만이 맴돌았다. 우현은 애꿎은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어색함을 깨려 노력했다. 연락 할 사람도 없으면서 괜히 SNS 계정에 로그인 해보고, 아무것도 알림이 뜨지 않는 멘션창에
잠시 실망을 하고. 이 쯤 되면 SNS에 자신의 흔적을 남겨도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미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 무섭지? 우현씨. "

뭐? 강아지? 날 말하는건가. 우현은 성귝의 저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초면부터 반말에 다리꼬고 예의바름이라는 것은 저기 개나 줘버린 듯이 하는 자세가 거만해보였다. 그래 니 잘났다!

" 뭐가요. "

" 모르는 척 하기는. 대중들이 당신 무시하는거, 관심 안가져 주는거 무섭잖아. "

" .... "

틀린말은 아니었고, 방금까지 SNS를 보며 생각 한 것도 그거였으니까. 우현은 성규가 관통 능력까지 있는건가 싶었다.


" 당연하죠. 근데 괜찮아요. 내가 열심히 하고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서 이름을 알리면.. 그러면 되니까요. "

" 애기 같네. 우현씨는 참. "

" 뭐요? "

" 애기들이 그러잖아. 엄마 다른 할 일 하고있을 때 가서 괜히 관심가져달라고 이것 저것 들고와서 조잘거려. 근데 정작 엄마는 대답만 건성건성 해줄 뿐이지 진짜 애기가 뭘 하는지 관심이 없단말이지.
근데 애기는 그게 진짜 엄마의 사랑과 관심인 줄 알고 히히덕 거리며 좋아해. 그러다가 떨어져 나가지. 엄마는 그걸 노리잖아, 대답만 꼬박 꼬박 해주면 나의 자유를 얻을 수 있으니까.
근데 우현씨가 딱 그꼴이네. 관심가져달라고 애쓰다 자기 혼자 지쳐 떨궈져 나가는거. 네 꼴이 딱 그렇게 될거니까. 난 다 보이거든, 네 미래. "

" 지금.. 말 다했어요? "

" 아니, 지금 말 다 안끝나서 너랑 대화좀 더 할려고 회사로 가는건데요. "


비참하게 깔보는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정신이 번뜩 뜨였다. 그는 냉혹한 현실을 저렇게 직설적으로 이ㅑ기 해주었다. 항상 주변인들은 어떻게 할거냐 대첵을 묻기만 했지 직접적으로 우현에게 상처를
가져다 준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몇 달 전부터 자신에게 스폰받겠냐는 문자를 보낸 장 본인이 오늘 처음으로 갑작스럽게 나타나 이런 수치스럽고 굴욕적인 말을 하니, 우현은 금방이라도
성규의 얼굴을 한 대 칠 것 같았다.

" 당신이 뭔데 내 노력을 무참히 짖밟는거야? "

" 나? 네 스폰서. "

" 뭐? 내가 언제 너같은 사람하고 스폰 관계 맺는데?! "


차안이 우현의 고함으로 가득 찼다. 백 미러로 보이는 동우의 얼굴이 거의 울상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하지 말라는 무언의 표시였다.


" 나랑 한번 밥 먹을 때마다 예능 하나씩, 음악 프로그램 하나씩. 점점 너의 프로필에 프로그램 하나가 꿰차게 될건데도, 날 거절할거야 우현씨? "

" 뭐..? "

" 나는 우현씨한테 별 다른 감정 없어. 그저 당신의 목소리가 좋을 뿐이야. 다른 인간들 빠수니들이 못하는 그거. 네 팬이라서 난 너를 스폰서 해주는거라고. 아직도 못 알아먹어? "

거짓은 아니었다. 성규는 우현에게 관심이 간 이유가 그냥 어쩌다 커피숍에서 들은 우현의 맑고 청량하고 때론 무거워지는 그런 마력의 목소리였으니까.
그리고 나서 우현의 신상 조사에 들어갔고 아직 무명가수라는 말에 성규는 적지 않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실력파인데 어떻게 무명일수가있지? 좀더 알아본 성규는 그제서야 수긍할 수 있었다.

' 들어오는 스폰마다 전부다 거절해서 그렇데요 사장님. '


살풋 웃은 성규는, 그 날 이후 우현의 전화번호로 여러통의 문자를 주기적으로 보냈다.

[ 스폰 받을려면 답장해요. 미래 보장해줄게. ]


우현은 일그러진 인상을 하고 성규의 말을 곱씹었다. 이 남자는 잠자리 따위나 이상한 행위를 요구하는게 아니라 그저 내 팬이고 내 노래가 좋기 때문에 돈이 너무 쓸 곳이 없어서 나에게 쓰겠다..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갈등에 휩싸였다.


" 어때 강아지, 나랑 일 해보지 않을래? "


앞에서 쳐다보는 동우의 눈, 그리고 날카롭게 자신을 놀리듯 쳐다보는 성규의 눈. 그 두 눈이 우현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듯 했다. 우현은 입을 열었다.

" 시간을 줘요. "


성규의 입꼬리가 스윽-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



성규는 알고 있었다. 그에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줬고, 그는 일주일이 넘어서야 연락을 할 것이란걸. 하루면 될 일을 일주일까지 준 이유가 있었는데. 이건 너무 질질 끄는 거 아닌가?
하루종일 핸드폰에서 손을 거두지 않는 성규가 벌써 일주일이 되었다는 뜻이다. 이게 감히 개새끼 주제에 주인을 기다리게 만들어?

이제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성규는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남우현 번호를 꾹 눌렀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노래를 컬러링으로 설정해 놓은 남우현이 꼭 예상대로였다.

" 네, 여보세요. "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웅얼하게 울려 퍼졌다. 뭐야 목소리가 왜이래.

" 일주일 지났잖아. "

" .... "

대답대신 부시럭대는 소리와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성규의 귓전을 때렸다. 아마 놀라서 핸드폰을 떨군건가. 지금이 몇신데 아직까지 자고있는거지? 성규의 입으로 채 나오지 못한 말들이 목구멍 가득히
찼다. 심기가 불편해진 성규가 최대한 무섭고, 딱딱한 목소리로 우현에게 통보했다.

" 지금 당장 우리회사 맨 꼭대기 층으로와. 1층에서 나 만나러 왔다고 하면 안내 해줄거야. 당장이야 개새끼. 내가 그렇게 인내심이 깊지 않아서. "


그렇게 뚝, 끊긴 전화는 허무했다. 우현은 번쩍거리는 핸드폰 액정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또 다시 사색에 잠겼다. 그리고 살이 시려운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이불을 주워 온 몸에 둘둘 감았다.
옷이 어디있더라.. 어제 그렇게 거하게 동우와 한잔, 아니 수십병을 마시고 집에 기어 들어와 뻗어버렸다. 그리고 오늘 오전 스케줄은 전부다 다른 요일로 미뤄졌고, 우현은 오늘이 약속한 일주일하고
하루가 더 지났다는 사실도 까맣게 망각하고 있었다.

" 미친.. 하, "

머리가 지끈거렸다. 숙취 때문에도 있지만 김성규의 목소리로 하루를 시작하다니, 우현은 죽을 맛이었다. 그리고 어제 술 덕분에 잠시 잊고 있었던 모든 김성규에 대한 기억을 다시 본인으로 하여금
상기시켰다. 그리고 우현은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고. 어제 이 일 때문에 오랜만에 술을 마신 동우와 우현은 결론 없이 술만 주구장창 마시기에 바빴다.

항상 동우와 술을 마시는 이유는 고민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였지마 지금까지 한번도 답을 얻은적은 없었다. 이런 망할 장동우!

결국 모든 고민의 답은 스스로 정해야 했다. 지금 당장 오라는 성규의 호출이 이제는 두렵기까지 했다. 일주일 간 고뇌와 고통으로 괴로웠던 우현이 현실과 이상을 두고 내적갈등에 깊이를 묻었다.


"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듣는 상대가 없는 의문은 허공 위로 흩어졌다. 마른세수를 한 우현은 일단 씻기 위해 화장실에 갔지만 평소보다 씻는데 30분이나 더 걸렸고. 쓰린 속을 잠시 잠재우기 위해 배란다에 있던 컵라면을 꺼내
국물만 후루룩, 마시곤 급하게 집을 나섰다.


" 이제야 온거야? 강아지가 좀 늦었네. "

" 제가 왜 강아지인지 모르겠습니다만? "

" 결정해서 온 거 아니야? 난 너가 여기 들어오는 순간부터 알았어. 나랑 일 할 생각인 거잖아. 아 물론 일아니고 노는거겠지만. "

" 참나, 아니면 어쩔건데요? "

" 아니면? 아니면 나 지금 전화 한통으로 너 이제 완전히 연예계에서 묻어버릴 수 있어. 어때? 개새끼가 참 잘 기어오른단 말이야.. 여기 계약서는 미리 다 준비해 놨으니까 도장찍어. "


우현은 주머니 안쪽에 있는 도장을 만지작 거렸다. 꺼내보이기 싫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처음부터 거래할 마음이 있었으니까 도장을 챙겨왔는데, 그 거 하나 자존심이 내보여 지는 것 같아 싫었다.
그럼 성규에게 또 모든 마음을 들킨 꼴이 되어버리니까.

우현은 힘을 잔뜩 실은 손으로 도장을 들어 종이에 꾹, 눌러 찍기 전에 촘촘히 적혀 있는 계약서를 먼저 읽어보았다. 딱히 영양가 있는 내용은 없었다. 앞으로 딱 1년, 1년이면 이 계약서는 무효가 된다.
1년동안 열심히 굴려다니면 나머지 인생이 편할거라고. 평생 마이크 잡고 무대에 서서 노래할 수 있을거라고. 성규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웅웅 맴돌았다.


1년, 그래 1년. 우현은 아직도 저 자신이 한 선택에 책임 질 여유가 없었다. 내 이상이었던 좌우명이었던 자수성가 법칙은 성규와의 만남으로 인해 처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남우현 24년 인생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었다.



***


" 잘 하고 왔니? "


앙칼지지만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우현의 심기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 좋으세요? "

" 뭐가? "

" 제가 이상한 돈 많은 남자한테 팔려가는게 그렇게 보기 좋으세요? "

인상을 팍 구긴 채 우현은 사장을 노려보았다. 사장은 그런 우현이 마냥 귀엽다가도 미안함에 살짝 미소를 보였다.


"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서 너도 나도 저기 길거리에 나앉을 뻔 했어. 알아 우현아? 내가 너 키워줄려고 애썼는데도 스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되는거 몰랐지? 내가 아무리 매니저들하고 방송국에 가서
굽신굽신, 제발 우리 우현이 좀 불러주세요- 혀를 낼름낼름 해도 스폰이 누구냐는 질문에 아주 속이 턱, 막히더라. "

" .... 방송국에 다니셨어요? "

" 내가 너 하나 키워주겠다고 약속해놓고 애가 뜨질 못하는데 당연히 방송국에 다녀왔지. 다녀온게 뭐야. 거의 전화가 불이나게 전화를 하고 찌름을 넣어도 달라지는게 없더라. "

" ..죄송해요. 그런것도 모르고.. "

" 이제 알면 됐어. 내가 어지간히 했으니까 포기한거야. 이 바닥이 그런걸 어떡하겠어. 너가 아무리 노래를 잘하고 외모를 가꾸어도 결국 연예계생활은 스폰서들이 하는거야. "


사장이라는 사람이 무능한 줄만 알았던 우현은 큰 생각의 변화를 가져왔다. 스폰을 꼭 받아야 했던이유와 거절하면 안되었던 이유는 정말 간단했다. 우현을 위해서. 우현은 우현 자신을 위해 스폰서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건 우현도 알고 있던 이야기지만.


" 근데 때마침 k그룹 김성규사장님이 전화가 왔지 뭐니. 나는 또 내 몸을 주면 니 가수 키워주겠다 뭐 이런건줄 알았는데 오히려 너를 원하더라고. 그래서 처음엔 게이인가 했어. "

" 아, 게이는 아니구나. "

" 아니? 게이더라고! "

" 아아. 어? 네? 뭐라구요?! "


우현의 얼굴의 경악과 혐오로 물들었다. 모든 공기가 정적을 이루었고 이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몰랐냐는 듯한 표정을 한 사장이 우현의 허를 찔렀다.


" 게이라고 유명하잖아. 아, 근데 지금 애인 있을걸..? 유명해, 그 바닥에서. "

" 에이 씨발! 내가..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게이, 씨발. 아. 저 팔아먹은거 맞네!! 게이사장한테 나 팔아먹은거 맞잖아! "

" 얘는 또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좋은 사람이라니까? 나쁘다는 소문은 난 적이 없어. 그저 동성애자일 뿐이라고. 너 그렇게 혐오시선 가지면 이미지메이킹 힘들다 너- "

"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


버럭버럭. 사무실이 떠나가랴 소리를 지른 우현이 쇼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계약 전에 미리 좀 알아볼껄. 김성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적취향을 가졌는지.. 우현의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김성규에
대한 궁금증 거리가 싹 다 날라가는 순간이었다. 동성애자인데 지금 나를 스폰 해주겠다고 나타났다고?

너무나 뻔한 이야기였다. 이대로 가다간 자신의 순결에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된 우현이 쇼파를 있는 힘껏 뻥- 찼다. 이게 얼마짜린데 차냐고 소리를 빽빽 지르는 사장을 뒤로하고 우현은 사장실을
빠져나왔다. 어이없는 밤이었다.

사옥을 빠져나오자 마자 동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우는 알고 있었을까? 알고서 설마 나한테 말 안할리가..


[여보세요. 야! 장동우! 너, 너 왜 말 안했어. 어? 너, 이 씨발. 김성규 게이잖아!]

[ 뭐? 게이라고? 정말..? ]

[ 너 몰랐어..? ]

[ 야 당연하지! 내가 그사람 게이인걸 알면 너한테 강요를 했겠어?! ]

억울함이 뚝뚝 묻어나오는 동우의 목소리가 우현의 핸드폰 스피커를 통해서 흘러나왔다. 대답없이 전화를 끊어버린 우현이 사정없이 걷기 시작했다. 집까지는 걸어서 30분 넘게 걸릴터인데 우현은
시간을 생각할 기운도 없었다. 온 머릿속이 게이 김성규. 이 다섯단어로 가득 차버렸다. 사실 젊고 재력이 짱짱한 재벌이 한낱 오프닝 무대를 꾸미는 가수 남우현에게 관심이 많아서 스폰서를 해주겠다는
말 자체가 웃기기도 했다. 저기 걸그룹이나 몸매 좋고 예쁘장한 배우를 스폰서 해줘도 모자랄 판에. 우현은 별의별 욕을 육성으로 내뱉으며 한걸음 한걸음 집으로 향했다.
핸드폰을 꺼서 저 한강다리 밑으로 내던지고 싶었다. 내일이면 성규가 약속장소와 시간을 우현에게 문자로 보낼터인데, 성규의 약속을 기다려야 하는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고 한심해서 정말
핸드폰이 아니라 이 몸뚱아리를 한강에 투신하고 싶어진 우현이었다.

동성애자를 한번도 주변에서 보지 못했을 뿐만아니라, 어릴 때 부터 남자는 여자와, 여자는 남자와. 이런 사상에 물들여져 자라온 우현에게는 이런 반응이 당연한 것이었다. 사실 연예계에서도 게이커플,
레즈커플이 난무하다고 하여도 우현 자신에겐 해당사항이 없기때문에 나몰라라 지내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게 현실로 다가온 순간 우현은 현타를 맞아야만 했다.


우현은 성규의 목적을 혼자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 저 사장은 나를 정말 이성적으로 좋아하는걸까? '
' 광고와 내 순결을 맞바꾸자고 요구하는 건 아닐까? '


우현의 엉망진창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



[ 울림 한정식 예약석 3호실. 저녁 7시까지 꼭 와 우현아. ]


다정다감한 문자. 우현은 성규의 문자가 오자마자 머리를 쥐어뜯었다. 스케줄이 없는 한가한 아침. 이런 아침을 얼마만에 누리는가 모르겠지만 우현은 어제 거하게 혼자 술을 마시고 잔 탓에
구역질이 올라와 죽을 맛이었다. 컨디션도 최악에다가 얼굴은 팅팅 부어있고 머리도 떡져있고. 혼자 마신 술은 세어보니 족히 5병은 넘어보였다.

우현은 뒷머리를 긁적이다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다시 거실에 대자로 뻗었다. 게이 사장과의 스폰관계. 이미 연예계 정보통들은 다 알고있을 사실이었다. 웃음거리와 조롱거리가 되는 한 순간 이었고.

이제 자신은 연예계 내에서도 게이 남우현 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것이 분명했다.

" 하... "

1년동안 계약이니 정말 밥만 먹고 헤어지거나 정말 잠깐의 만남으로 헤어지고 광고나 드라마, 예능을 따내면 그만이었다. 성규도 물론 그렇게 제안했지만. 정말 믿음이 안가는 스폰서였다.


어느덧 약속시간 두시간전. 우현은 하룻동안 별 영양가 없이 핸드폰도 꺼놓고 마냥 시간을 흘려보냈다. 김성규를 만난다는 그 작은 결심을 하기가 이렇게 힘이 들었다.


아, 정말 만나기 싫다.



성규는 우현의 걱정과 염려와 많은 고민의 시간을 무용지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는 정말 우현에게 어떠한 성적 관계도 요구하지 않았고 대화 주제도 성 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우현은 순간 자신과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분위기에 슬쩍 놀라기도 했다. 그리고 이 분위기는 한번이아니라 두번, 세번.


성규와 만나는 날이 많아졌고 티비에 얼굴을 비치는 일도 많아졌다. 스케줄도 바빠졌고, 성규를 만날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래서 밖에서 만남을 가지기 보다는 서로의 집에서 만나곤 했다.

성규는 우현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애인도 따로 있었을 뿐더러 이성애자인 우현을 건들고 싶은 마음도 없어보였다. 최소 우현의 눈에는 그랬다.
연예계에서 우현의 위치가 많이 상승되고 있을 무렵, 심지어 요즘 잘나가고 있는 여자 아이돌 그룹 멤버가 작업을 걸기도 했었다.


" 저 여자친구 사귀어도 돼요? "

" ... 뭐? "

" 저 여자친구, 사귀면 안되겠죠? 사장님이 화내시겠지.. "

" 너, 너 요즘 내 도움으로 그렇게 뜨고 있는데... "

" 그쵸? 역시 무리겠죠? "


점점 기어오르네. 이 강아지 새끼. 사실 우현의 발언에 움찔한 성규였다. 여자친구라니. 대체 누가 우현에게 고백을 했을까. 아니면 혹시 우현이 먼저 고백을 했나. 기분이 나빠지는 성규였다.


" 야 개새끼. "

" 네? "

" ... 씨발. 너 내가 지금까지 고분고분 만나서 농담따먹기나 하고 예능 드라마 따주니까 내가 우습디? "

" 에이, 사장님. 뭔 그런 말씀을. 하하, "

" 그 사장님이라는 호칭부터 집어 치워 씨발! 내가 몇번이나 말했어 어? 성규형이라고 부르라고 몇번이나 말했냐고! "

" ... 그게 그렇게 중요해요? "

" 어. 나한테는 엄청 많이 정말로. "


거의 울상이 되어서 화를 참지 못하고 분출해내는 성규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우현에게 성규는 그저 스폰서, 사장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만큼 성규는 편해졌고, 정말 동네 형같았으니까. 하지만 처음부터 붙은 호칭은 좀처럼 바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성규가 편하게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지만 어떻게 자기를 스폰해주는 사람에게
형이라고 부르냐는 우현의 완곡한 거절에 성규만 머쓱해졌을 뿐. 정말 우현은 성규의 스폰만 받고 자라는 나무에 불과했다.

성규는 자신의 두 뺨 위로 흐르는 눈물에 잠시 놀랐다. 자신도 예상치 못했던 분노였다. 내가 왜 얘한테 화를 내고 있었지? 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뒤덮었다. 그리고 자신의 애인, 호원에게 연락하려
주머니를 뒤적거리는데, 아 맞다 핸드폰.

지금 이렇게 화내고 나온 순간에 다시 집에 찾아가 핸드폰을 돌려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성규는 내적 갈등에 휩싸였다.



어? 사장님 핸드폰...

우현은 진동이 울리는 성규의 핸드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수신자 이름은 개새끼1호. 개새끼 1호..? 성규도 자신을 종종 개새끼라고 칭하곤 했다. 그럼 나는 몇호지? 설마 스폰해주는 사람이 많아?
우현은 성규에 대한 질문과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분명 스폰하기 전에 스폰하는 사람 나밖에 없다고 했는데...

그리고 우현의 질문을 딱 멈추게 하는 문자.

[ 우리 예쁜 성규야, 자기야? h호텔에서 8시까지 보자. 간단한 룸서비스 시켜줄게. ]


아, 애인.


성규가 말하던 애인이 바로 이사람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근데 왜 이름이 개새끼라고... 우현은 성규의 핸드폰을 집어들고 급하게 밖으로 뛰었다. 아직 안갔으려나. 하던 참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성규의 뒷모습이 보였다.

" 여기요- "

" 악! 깜짝이야! "

" 핸드폰 두고.. 가셨잖아요. 전화도 왔고, 문자도 왔어요. "

" 봤어?! "

" 그럼 뜨는데 안보입니까. 얼른 가세요. 약속 있으신 것 같아요. "


뒷모습을 보이며 터덜터덜 걸어가는 남우현의 뒷모습이 어떻게 보면 축 처져 보였다. 그런 표정 하고 말 하지 말아줄래. 남우현 개새끼.



***


" 왔어? "

" 으응, 뭐야. 왜 갑자기- "

" 애인 만나는데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나? 그냥 보고 싶으면 만나는거지. "

" 내가 그랬잖아. 난 너 안좋아해. 눈꼽 만큼도. "

" 싫음 관두던가. 남우현 묻어줄테니까. "


사악한 모습으로 저 말을 내뱉는 걸 보면 이호원 저 자식도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 성규다. 이 만남이 지속된지 한달, 남우현과 스폰 관계를 맺은지 한달이었다.


" 사장 노릇하니까 살만해 성규야? "

" ..조롱하지마. "

" 조롱하는게 아니라, 펙트야. 너는 간판사장, 남우현 얻는 대신에 나한테 뭘 줘야하지? "


성규는 울컥하려는 것을 참고 호원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약속이자 거래였다. 남우현을 얻기 위한 불장난이고 게임이었다. 베팅, 도박. 남우현의 마음을 얻지 못하더라도 결국 성규는 호원에게
모든걸 다 내줘야하는 그런 주종관게였다. 사장이라는 간판. 역시 급하게 남우현의 스폰을 하고 싶어 한 거래에 불과했다. 호원은 성규의 몸을 원했고, 성규는 우현의 사랑을 원했다.

우현이 지인들에게 성규에 대해서 질문하고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김성규라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없던 이유도 여기 있었다. 모든게 거짓이고 남우현을 잡아먹기 위한 여우짓에 불과했다.


" 엎드려. "


성규는 호원의 앞에 개처럼 엎드렸다. 수치심에 몸이 파르르 떨렸다. 호원의 구두코가 성규의 얼굴을 툭- 툭- 찔러왔다. 플레이가 시작된다는 무언의 표시였다.
매일 하는 행위인듯,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성규는 손을 사용하지 않고 입으로만 호원의 중심에 입을 가져다 댔다. 호원이 급한 듯 바지를 벗어내리자 애완동물이 된 듯 코의 숨결로 페니스를
간지럽히다 속옷 위로 툭 튀어나온 그것을 혀로 살살 햝기 시작했다.

" 후.. 야옹아, 빨리 빨아. 주인님 인내심 없는거 알지? "

하며 독촉하는 호원이 성규는 너무 혐오감이 들 정도로 싫었다. 거부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이 몸뚱아리는 호원에게 더 달라붙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손 안에 우현이 잡혀 있는 것을 생각하면
치가떨리고 밤에 잠을 못잤다.

우현과의 스폰관계를 맺기 위해 사장이라는 간판까지 얻어주고 여러 소문도 잠재워주고 심지어 그렇게 원하던 우현의 사장과의 친분이라니. 그 모든걸 가지고 있던 사람은 결국 호원이었고,

호원에게 복종할 수 밖에 없었다. 김성규는 그만큼 남우현이 좋았다.


***


" 아버지, 제발.. "

" 너도 알잖니. 우리 회사 노래하는 찌끄레기한테 투자할 돈 없다. 간신히 먹고 잘 수 있는 거에 감사해야해. "

" 아버지! "


작은 규모의 중소기업 회장의 아들이었다. 어릴 때 아버지의 사업 시작으로 우리 집은 꽤나 이름이 날릴 정도로 잘 살았다. 강남에 거주하며 국제 학교를 다니며 남들과는 다른 재벌 생활을 했다.
중소기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버지 회사는 성장했고, 우리나라 최고 기업인 h사와 합병함으로써 성공한 기업 끝판왕에 이르렀다.

그리고 h사의 아들, 2대 주주 이호원 본부장은 우리 회사에게 말도 안되는 거래를 제안했다. 결국 목표와 타겟은 나였다.


" 회장님, 성규씨 있잖아요. "

" 아, 우리 성규? "

" 네, 성규씨가 참.. 예쁘더라구요. "


예쁘다. 그 아름다운 단어가 한순간에 치욕스럽고 수치스러워 졌다. 그 말을 바로 옆에서 당사자에게 들은 나는 한순간에 몸이 경직되었다.


" 성규씨, 성규씨는 어때요. 나 어때? "

남자와 남자. 호원이 게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알고 있었다지만 아버지도 적지않게 놀라셨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저 어린 자식에게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난다.
당연하게 나는 완곡히 거절하려고,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상황에서도 나는 최대한 곱게 말하려 애썼다.

그리고 아버지의 시선을 느꼈다. 아버지는 애절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계셨다. 신호였다. 동의하라고, 좋다고 말하라는 신호.

" 뭐, 성규씨가 싫으시다면야. 이번 계약건은 없던걸로 하죠. "

저렇게 대놓고 말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이호원은 우리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나를 걸고 하는 거래. 한마디로 그냥 너의 아들을 나에게 팔지 않으면 너네 회사를 망하게 할거야. 라는 선전포고였다.
아버지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치부되었다. 아들을 여자도 아니고 남자에게 팔아달라는 요구에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아비인가. 그 때 부터 시작되었다. 아버지와의 전쟁, 그리고 이호원과의 전쟁.

일부러 아버지의 눈을 쳐다보며,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 좋아요.. "

그 나즈막한 한마디로 우리회사는 주가가 폭등하였으며, h사의 레이블 회사를 지어 호원은 나를 쉽게 사장자리에 앉혀주었다. 몸 파는 것의 댓가였다.

이호원은 내가 가수 남우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별 것 아닌 팬심, 순수한 팬심이었다. 앨범이 나오면 대거 구입하고 1000장 때로는 2000장까지 구매해 쌓아놓기도 했었다.
하지만 사실 사적으로 우현을 따라다닐 수 없는 노릇이라, 작게는 협찬을 하고 크게는 팬싸인회 같은 행사를 후원해주는 것이었다.

사실 우현의 앨범 판매량의 90퍼센트는 나의 차지였다. 소속사에서도 이걸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우현만 몰랐다. 우현만. 그래서 어쩌면 사장도 우현에게 나를 스폰서로서 제안해준 이유가 이 때문
이었을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그저 나는 우현이의 팬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호원은 문득 나에게 제안했다.


" 내가 너 남우현 스폰서 할 수 있게 도와줄게. 주기적으로 매일은 아니더라도 시간날 때 시간 같이보내고, 넌 무명가수 좋아하는게 취미냐? 남우현 떠야하잖아. 내가 해줄게 남우현 뒷 빽. "

" 스폰서요? "

" 어, 예능 음악방송 드라마 cf까지 다 꽂아줄 수 있어. 대신 너는 나랑 일주일에 두번씩 만나서 플레이 하자. "

" 플레이..? "


호원은 더 한걸 요구했다. 갈수록 더 잔인하고 난폭한 관계를 원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의 손에 달려있으니, 어떻게 할 수 있는 도리가 없었다.
처음에는 그저 섹스가 그만이었는데, 우현이 더 많은 프로그램을 할 수록, 우현이 광고를 많이 찍을 수록.

우현이 행복해 질 수록.

나는 호원의 밑에서 울고, 울었다.


" 하, 하악..! "

" 씨,발. 미친. 엉덩이, 후.. 더 들어. "

짝- 날카로운 마찰음과 거세지는 소리. 여기저기 떨어지는 핏자국과 신음소리 섞인 비명. 그는 폭주했다. 멈추지 못했다.


호원은 멈추는 법을 알지 못했다.


***



몸이 축 늘어져 정신이 없었다. 온 몸에 정액과 피가 섞여 흘렀다. 이 난폭하고 잔인한 플레이는 오로지 호원의 것이었다. 그 어떤 쾌락도 오지 않았다. 온 몸이 쑤시는 고통에도 성규는 핸드폰을 찾았다.
호원이 샤워를 하러 간 사이 성규는 달달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쥐어 제일 최근 통화를 꾸욱- 눌렀다.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하으, 우, 우현아. ]
[여보세요? 사장님?]
[흐으.. 우현아, 남우현.. 흑, 흐.. ]
[뭐에요. 사장님 술마셨어요? ]
[우혀, 아악! ]

뚝. 이상하리 끊겨버린 전화가 수상했다. 성규의 비명으로 누군가의 고함으로 한순간에 끊겨버린 전화를 보며 우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동안 자신 앞에서 도도하리 고고했던 성규가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 애절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탓에 오소소, 소름이 돋기도 했다. 뭐지, 뭘까..

아까 호텔에서 만나자고 하는 애인인가. 그런데 왜 울고 있지?

불안해서 녹음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자꾸만 감정이 안잡히고 음정이 빗나갔다. 프로듀서님도 오늘은 힘들 것 같다며 우현을 돌려보냈다.

다시 전화해 보니 꺼져있는 전화기가 애석했다.


" 뭐야.. 다친거야 뭐 어떻게 된거야. "

아, 내가 왜 김성규를 걱정하고 있지? 우현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많이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하며 일찍 잠을 청했다. 후두둑 쏟아지는 빗 줄기가 너무나 애처로웠다.


**

" 아악! 으..! 뭐에요! 놔요 이거. "

한순간에 머리채가 들어올려지는 고통에 전화기를 떨구었다. 바닥에 굴러 떨어져 배터리가 분리되는 전화기가 꼭 자신같아서 헛웃음이 나왔다.

" 감히 나랑 있는 곳에서 다른 남자랑 전화를 해? "

" 미안, 미안해요.. 미안, 흐으.. 놔줘요. 미안해요. 진짜 다시는.. 다시는 안그럴게. "

" 남우현이겠지? "

" 아니야... 아니야, 남우현 아니야.. 우현이 아니에요, 제발.. "


호원의 손에 성규의 핸드폰이 잡혔다. 그것을 뺏으러 득달같이 달려드는 성규를 보며 호원은 불쌍한 고양이 한마리 보듯 가소로운 눈빛을 보냈다. 눈물 범벅이 된 성규가 호원의 팔에 메달리다
결국 주저앉고 호원의 것을 빨기 시작했다. 귀두를 살살 햝다 쭉 기둥을 타고 내려와 두 알까지 한 입에 담아 힘겹게 호원의 것을 세웠다.

그제서야 저 멀리 날아간 핸드폰이 보였다.

" 그래. 잘 못한게 있으면 바로 벌을 받아야지. 그런데 지금 주인님이 씻고 왔는데 이 더러운 침을- "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저 멀리 나가떨어진 몸이 하얗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내 멈추는 울음소리와 아무 소리 없이 떨어지는 뜨거운 눈물만이 남았다.
호원은 성규에게 다가가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준 뒤 조소를 날리며 옷을 입고 나갔다.

" 주말에 또 보자 고양이. "


후두둑 쏟아지는 눈물이 너무나 애처로웠다.



***


우현은 그 날 이후로 3일동안 성규의 털 끝 하나도 보지 못했다. 한 달간 매일매일 만나서 저녁을 먹는게 일상이었는데 이젠 전화도 받지 않았다. 불안해진 동우는 이제 너가 질려서 스폰을 끊는거
아니냐는 말을 했지만 우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날이라고 하면 성규가 우현에게 전화를 해서 울다가 이상하게 전화가 끊긴 날인데 우현은 아직 동우에게 상황보고 전 이었다.

이걸 동우에게 말하면 김성규 뒷조사를 해주려나?


" 동우, 장동우. "

" 엉, 왜? "

" 있잖아, 내가 너한테 안말한게 하나 있거든.. 그니까 한 3일 전 일인데.. "

" 응, 뭔데? "

" 그게... 사장님이 나한테 전화해서 그것도 밤 늦게. 막 내 이름 부르면서 울다가 갑자기 소리지르면서 전화를 끊었어. "

" 우리 사장님이?! "

" 에이 미친! 김성규가! "


성규 사장님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우에게서 역시 기대는 무리였나보다 하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 잠을 청하려는 우현을 붙잡은 것은 동우의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 사장님 너 좋아하는거 아니야? "

" 뭐? "

아직 동우의 추측에는 신빙성도 없을 뿐더라 우현을 궁지에 내몰았다. 하지만 우현이 가장 마음에 담고 있는 이유는 마지막에 소리를 지르면서 끊겼다는거. 우현은 그 날 일을 곰곰히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일단 성규가 우현의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단순히 호칭을 바꾸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현에게 소리를 지르며 집을 나가버렸고, 성규는 핸드폰을 두고 가서 우현은 성규의 핸드폰을
가져다 주려고 핸드폰을 들었는데 마침 전화와 함께 문자가 왔고, 그건 개새끼1호 라는 사람에게서 왔고.

" 아마 그사람은 김성규의 애인일 것 같고. "

" 엥? 뭐가? "

" 전화온사람. 개새끼1호 그거 분명 애인이었단 말이야.. 그리고 김성규는 분명히 개새끼1호를 만나러 갔을거고, 그리고 나서 3시간 후에 나한테 전화가와서 울면서.. 소리지르.. 헐. 설마. "

" 뭔데, 혼자 말하지 말고 공유를 해 짜식아! "

" 김성규 회사 어디지? "

" 아니 말을..! "

" 씨발 빨리! 나 데려다 줘! "


급하게 아무 옷이나 걸치고 아무 신발을 신고 무작정 우현은 성규의 회사로 향했다. 소리를 질렀다는 것은 분명 뭔가 위험한 상황이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현은 빠르게 가는 동우를 더 재촉했다.
궁시렁 거리면서도 동우는 최대한 엑셀을 밟았다. 오랜만에 진지해보이는 우현의 비장한 표정 떄문이었다.

도착하자 마자 문을 벌컥 열고 달려나가는 우현의 뒷모습을 보며 동우는 말했다.

" 미친놈. 곧 커플 탄생 예감. 에라 모르겠다! "


우현은 로비 인포메이션에 가서 성규가 있는 곳으로 당장 안내하라며 소리를 질렀다. 여직원들은 우현의 얼굴을 보며 사진을 찍었고 얼굴을 붉히고 심지어 싸인까지 요구했지만 우현에겐 그저 걸림돌의
상대였다. 우현의 입지가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다는 증거였다. 우현은 차라리 이럴 바에는 무명 시절이 나았다고 생각했다. 사장님은 아무때나 만날 수 없다고, 사전에 약속이 필요하다고
몇번이나 우현을 돌려보냈다. 성규에게 전화를 걸어도 꺼져있다는 로봇의 말이 우현을 더 짜증나게 만들었다.

그때 검은 수트를 입고 건물로 들어오는 한 남자를 발견하곤 우현이 냅다 달려갔다.

" 사장님! "

로비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를 질러도 힐끔 쳐다보고는 모른척 하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잠시 벙쪘다. 모든 시선이 우현에게 쏠렸다. 시큐들이 와서 우현을 제지하기 시작했다.

" 성규형!! "

성규의 발걸음이 멈췄다. 한숨을 쉬는 듯 하더니 비서에게 우현을 올려보내라고 전했다. 우현은 잔뜩 얼굴을 구긴 체 성규와 앨리베이터를 동승했다.

" 여긴 왜 왔냐 개새끼. "

"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기억 안나요? 3일간 내가 어떤 생각을 한 줄 알아요? "

" 무슨.. 생각 했는데. "

" 왜 울면서 내 이름 불렀어요? 왜 소리지르면서 전화가 끊켰죠? 그 개새끼1호는 대체 애인이에요 뭐에요? 나보고 애인 사귀지 말라면서 혼자 막 그래도 되는거에요? 그리고 왜 3일간 연락 씹었어요? "

" 하나씩 물어봐.. "

" 그리고 지금 안아파요? "

" .... "


우현은 모든걸 꽤뚫고 있는 것 같았다. 성규는 우현을 응시했다. 피하지 못했다. 그 매서운 눈빛은 맹수와도 같았다. 그 무거운 분위기를 깬 건 앨리베이터 기게음 이었다. 도착했다는 말에 성규는
묵묵히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 도를 넘었네. 우현아. "

" 뭐에요..? "

도를 넘었어. 이 말이 우현의 가슴 속 깊이 쿡쿡 쑤셔왔다. 도를 넘었다니. 자신은 그저 자신의 밥줄인 스폰서를.. 챙기는 일이 다라고. 그렇게 우현은 생각했다.

" 그럼 나 기대해도 돼? "

" ..대체 뭘, "

" 너 나 좋아하니 우현아? "


그말을 끝으로 우현은 뒤돌아 설 수 밖에 없었다. 좋아한다니. 저 말은 분명 사람대 사람 이성간의 사이를 말하는 것임이 분명했다. 우현은 벙쪗고 성규는 해탈한 듯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업무를
시작하려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는 순간 아차, 싶어 소매를 다시 여매었다. 호원과의 관계 후 생긴 멍자국 때문이었다. 아직도 몸이 축나는 것 같은데 우현까지 찾아와 자신을 복잡하게 만드는 상황이
매우 불쾌하고 짜증이 났다.

" 그거 뭐에요. "

" 응? "

언제 저 앞에 와있었는지 내리다 만 와이셔츠 소매를 끝까지 올려놓고 멍자국과 상처를 확인하는 우현에 당황한것은 성규였다. 분명 뒤돌아 있었는데..

" 그새끼가 이랬죠. 대체 왜.. "

" ...몰라도 되잖아. 내가 말 했잖아. 도 넘었다고. "

" 그래요, 씨발! 그 까짓거 도 넘어보죠. 이거 누가 그랬냐구요!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이런 상처가 날 정도로 때리냐고! "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우현은 성규를 쏘아붙였다. 따갑게 쏘아지는 말씨에 성규는 수그렸다. 우현에게 잡힌 손목이 아려왔고,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따가웠다.
우현은 그자리에서 동우에게 연락했다.

[ 김성규가 만나는 남자 이름이랑 신상좀 알아봐줘. 부탁이야. ]


언제부터였을까, 너를 향한 마음이 이렇게 크고 굵었다는것을 알게된건 이미 일을 벌리고 난 후였다. 그저 스폰관계에 그치지 않았는데. 처음엔 더럽다고 생각했던 동성애자는 이미 바뀐지 오래였다.
김성규는 한없이 따뜻하고 좋은사람이었다는 사실과 나는 그 따뜻함에 이미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 자연스럽게 일상속으로 흘러 무감각해져버렸다.

사람의 뒷조사를 하면서까지 이사람을 잃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이기적이게도 내가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대방의 의사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이 사람이 아프면 나도 아프고 서로가 힘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매우 잘 알고있었기 때문에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김성규가 날 어떻게 생각할 지는 모른다.

그냥 가슴이 시키는대로 해야한다고

배웠을 뿐이다.



***



" 여우같은 김성규 "

" 그게 뭐가 여우야?! 이게 다 널 사랑해서..! "

얼굴이 붉어지면서 반박하는 폼새가 귀여웠다. 동우의 정보력으로 완벽히 파악한 성규와 호원의 관계는 우현을 화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우현의 분노로 신문1면을 장식할 뻔한

- h기업 이호원, K그룹 아들 김성규와 거래를 가장한 성적폭력- 문구는 동우와 우현의 사장에 의해 저지되었다. 아무리 자신을 위한 길이었고 아무리 자신을 위함이지만 우현의 입장으로썬 매우 화가나고
울화통이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미련하고 미련했던 성규의 사랑방식이었다.

호원의 스폰이 끊긴 후에도 우현의 이미지는 대폭 상승새를 타고 있었다. 가수를 넘어서 연기자와 이제 영화배우까지 꿈꾸는 남우현은 어느새 성규의 옆자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동안 상처와 아픔속에 쌓여진 성규의 사랑은 토대를 드러내었고, 우현으로 인해 다시금 그 존재를 빛내고 있는 중이었다.



가수와 스폰서, 그게 뭐냐고?

존나 앙큼하고 상큼한 여우짓이다 임마.





***


[번외편]

Q. 남우현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생각하십니까?
A. 이호원을 죽일겁니다.

Q. 남우현씨는 어떤일을 계기로 성규씨에게 반하게되었죠?
A. 힘이들때 힘이되는존재.. 오밀조밀 작은입으로 제이름을 부를때 반한것같네요.

Q. 왜 게이를 싫어했어요?
A. 고딩때 남자애가 저한테 고백한 뒤로 이미지가...

Q. 이제 남우현씨는 호모게이네요 그쵸?
A. 네 저는 개씨발 호모게이니까 건들지마시죠.

Q. 김성규 사랑해요?
A. 네 존나! 많이! 이따만큼!

-


Q. 김성규씨는 왜 그런 무모한 거래를 했나요?
A. 아니 그야 당연하죠.. 남우현이 좀 잘생기고 좀 멋진가요..? 거기도 좀 크고..

Q. 원래 게이에요?
A. 남우현 한정 게이요.

Q. 원래 개소심하고 재수없어요?
A. 제가 재수없다구요?! 저 재수 있구요 원래 개소심입니다..

Q. 남우현이 어디가 좋아요?
A. 원래는 목소리랑 얼굴이었는데... 요즘은 밤일을 잘해서 좋아요.

Q. 여우시네요 그쵸?
A. 이것도 남우현 한정 여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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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김여름씨는 왜 스토리를 중간에 망해습니까?
A. 저의 귀차니즘과 더이상 진전성없는 내용때문에요.....(쭈굴

Q. 김여름씨는 합작을 할 마음이 있었나요?
A. 아,네 물론이죠..그치만 작심3일 이잖아요.

Q. 생각이 있는겁니까?
A. 제..송..합니다...(쭈굴

Q. 싯구를 쓸 계획입니까?
A. ......

Q. 인생은 펑크의 연속이죠?
A. 물론입니다. 대지각 정말 죄송하고 급전개 급 마무리 넘 죄송하고 죄송해요..네...


***


" 하, 하응.. "

다리를 들어올려 구멍을 조금씩 넓히기 시작했다. 아픔이 사그러들지 않지만 위에서 열심히 노력해주는 우현이 너무 멋있어보였다.

" 힘..조금만 뺄래요? "

" 그게, 읏! 잘 안돼..! "

오랫만에 가지는 관계에 우현과는 첫 섹스라 긴장을 많이 한 탓인지 좀처럼 입구가 부드러워 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우현은 침대에서 내려와 핸드크림을 집어들고 성규의 구멍에 듬뿍 짜바르기
시작했다. 느껴지는 차가움에 또 한번 오르가즘을 느낀 성규가 조금씩 신음을 흘리며 몸에 힘을 뺐다.

" 아,앙..아, 좋아.. 으흣, 거기야 우혀,언.! "

중지 손가락으로 퍽퍽, 스팟이 짓눌리는 느낌에 그렇게 뻑뻑했던 구멍에서는 이제 투명한 액까지 나오는 듯 했다. 우현은 속옷으로 짓눌려가는 자신의 페니스를 꺼내 성규의 눈 앞에 들이밀었다.
성규는 화들짝 놀란 눈으로 우현의 것을 바라보며 씨익 웃고는 작은 입에 크게 한입 담았다.

웁- 우웁..

큰 크기에 절로 앓는 소리가 나오지만 성규는 무릎을 꿇고 누워 우현의 것을 쪽쪽- 잘 빨아대기 시작했다. 뿌리부터 기둥까지 쭉 햝아올리며 두 알을 살살 만지고 귀두부분을 혀로 살살 햝으며
우현을 자극했다. 우현이 기분좋은 소리를 내며 성규의 머리칼을 헝크러 트리다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성규의 구멍에 손가락 세개를 넣고 휘젓기 시작했다.

살짝 69자세가 된 것에 성규는 더 큰 쾌감을 느끼며 더 열심히 우현의 것을 애무했다. 우현의 요도에서 맑은 물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자 우현은 성규를 정자세로 돌려 눕히고 한번에 쾅- 하고
페니스를 박아넣었다.

" 아앗..! 너무..커! "

" 미안, 미안.. 조금만 참아.. 금방 찾을게요. "

하며 격한 허리짓을 시작했다. 끝까지 넣었다 빼며 적나라한 소리가 들렸지만 성규는 눈을 질끈 감으며 쾌락을 기다렸다. 따뜻한 내부와 성규의 신음에 정신이 반쯤 나가 이성을 잃은 듯한 우현은
기계처럼 같은 속도로 성규의 안을 탐했다. 한손으로는 성규의 유듀를, 한손으로는 성규의 페니스를 농락하며 더 많은 쾌락을 이끌어 냈다.

" 흐앙, 앙..! 우현, 우혀언.. "

스팟을 찾아 찌르자 더 높아진 신음소리에 우현이 만족감을 얻으며 마지막을 위해 추삽질을 시작했다. 성규는 쾌락에 몸서리치며 같이 허리를 엇박자로 맞추며 우현의 추삽질에 활력을 더했다.


"씨발, 존나.. 여우. "

" 흐응, 응..그래서, 싫어 늑대? 하앗..! "

" 누가 싫다고 했어? 같이 가. 읏- "

마지막 스퍼트를 가하며 사정감을 느끼기 시작한 두 사람은 침대에서 삐그덕 소리가 날 때 까지 허리짓을 계속하다 우현은 성규의 안에 사정하고, 성규는 자신의 배에 질펀하게 사정했다.


" 하아, 하아... 우현아- "

" 최고였어. 고마워요 허락해줘서.. "

" 으응. 사랑해 내 개새끼.. "

" 참나, 그 개새끼라는 말좀... 으휴. 사랑해요 여우야. "






가수와 스폰서의 상관관계 FIN.